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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NVIDIA에 도전장을 내밀다 — 리벨리언스(Rebellions) 창업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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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NVIDIA에 도전장을 내밀다 — 리벨리언스(Rebellions) 창업 스토리

KAIST 출신 두 엔지니어가 "한국판 AI 반도체"를 만들겠다며 창업한 리벨리언스. 퀄컴·삼성 출신 인재들이 뭉쳐 ATOM 칩을 설계하고, 수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고, 사피온과 합병해 글로벌 AI 칩 시장에 뛰어든 이야기.

2026년 4월 1일5분 읽기

"NVIDIA 없이도 됩니다"

2022년, 서울 강남의 한 발표장.

스크린에 숫자들이 떴습니다. AI 추론(inference) 성능 벤치마크. 에너지 효율 비교 그래프. 그리고 마지막 슬라이드에 한 줄이 적혔습니다.

"ATOM은 동급 NVIDIA GPU보다 최대 3배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발표자는 30대 초반의 두 엔지니어였습니다. 삼성전자와 퀄컴을 거친 반도체 전문가들. 그들은 창업한 지 2년 만에 직접 설계한 AI 칩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회사 이름은 Rebellions(리벨리언스).

이름 그대로였습니다. 반란.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


KAIST에서 시작된 꿈

대한민국 한국 AI 반도체의 새로운 도전

리벨리언스의 공동창업자는 두 명입니다.

오동훈(Oh Dong-hoon) — CEO.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출신. 퀄컴 코리아에서 반도체 아키텍처를 설계했습니다.

박성현(Park Sung-hyun) — CTO. 역시 KAIST 출신.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AI 칩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두 사람은 2020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칩은 전부 NVIDIA다.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없을까?"

당시 AI 반도체 시장은 NVIDIA의 독주 체제였습니다. 데이터센터의 AI 학습(training)은 물론, 추론(inference)까지 NVIDIA GPU가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구글(TPU), 아마존(Trainium)이 자체 칩을 만들고 있었지만, 외부에 공급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여기서 기회를 봤습니다.

"AI 추론에 특화된 칩을 만들면, NVIDIA를 이길 수 있다."


창업, 그리고 첫 번째 시련

2020년, 리벨리언스가 설립됩니다.

처음에는 조용했습니다.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이라는 존재 자체가 낯설었습니다. "한국에서 팹리스 AI 칩 스타트업이?" 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팹리스(fabless) — 직접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고 설계만 하는 방식. NVIDIA도 팹리스입니다. 설계한 칩은 TSMC 같은 파운드리에 맡깁니다. 하지만 칩 설계 자체가 엄청난 자본과 인력을 요구합니다. 검증된 팀이 없으면 투자받기도 어렵습니다.

창업 초기, 오동훈 CEO는 투자자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반도체는 너무 자본이 많이 든다." "대기업도 아닌데 AI 칩을 만든다고?" "NVIDIA를 어떻게 이기겠냐?"

하지만 두 사람의 이력이 달랐습니다. 퀄컴과 삼성전자 —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회사 출신. 기술적 신뢰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시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ATOM — 도전의 결정체

원자 이미지

2022년 하반기, 리벨리언스는 첫 번째 AI 칩을 공개합니다.

이름: ATOM(아톰).

원자(Atom)라는 이름에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모든 것의 기본 단위. AI 연산의 가장 기초적인 블록을 완벽하게 최적화하겠다는 의지.

ATOM의 핵심은 AI 추론(inference) 최적화였습니다.

AI 작업은 크게 두 단계입니다. 학습(training): AI 모델이 데이터에서 배우는 과정. 추론(inference): 학습된 모델이 실제 서비스에서 답을 내놓는 과정.

NVIDIA GPU는 학습에 강합니다. 하지만 추론은 다릅니다. 추론은 24시간 365일 돌아야 하고, 에너지 효율이 중요합니다. 리벨리언스는 이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ATOM은 공개 벤치마크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NVIDIA A100 대비 동등한 추론 성능에서 에너지 소비가 절반 수준. 비용으로 환산하면 클라우드 사업자 입장에서 엄청난 절감이 가능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몰려왔다

ATOM 공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2022년 시리즈 A — KT(한국통신), KB인베스트먼트,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에서 투자. AI 인프라에 관심 있는 통신사와 금융계 투자자들이 참여했습니다.

2023년 시리즈 B — 규모가 커졌습니다.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Samsung Catalyst Fund)**가 참여했습니다. 삼성이 직접 투자한다는 것은 기술 검증이 끝났다는 신호였습니다. 누적 투자액이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르렀습니다.

국내외 AI 반도체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리벨리언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챗GPT 이후 AI 추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NVIDIA 의존도를 줄이고 싶어했습니다.

"NVIDIA 독점 체제에서 벗어나고 싶다. 대안이 있다면 쓰겠다."

이것이 투자자들이 리벨리언스를 주목한 이유였습니다.


사피온(SAPEON)과의 합병 — 판이 바뀌다

반도체 칩 AI 반도체 경쟁의 시대

2024년, 한국 AI 반도체 업계에 빅뉴스가 터졌습니다.

리벨리언스가 **사피온(SAPEON)**과 합병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이 만든 AI 반도체 자회사였습니다. SK텔레콤이 자체 데이터센터에 쓸 AI 칩을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로, 자체적인 AI 추론 칩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의 합병은 단순한 M&A가 아니었습니다.

리벨리언스의 강점: 순수 팹리스 스타트업의 민첩함, ATOM 칩의 기술력, 외부 시장 개척 능력. 사피온의 강점: SK텔레콤이라는 대기업 배경, 안정적인 내부 수요(SK텔레콤 데이터센터), 풍부한 자본.

합병 후 회사 이름은 Rebellions를 유지했습니다. 리벨리언스의 브랜드가 더 강력했습니다.

합병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와 기술을 갖추는 것."


왜 이 싸움이 중요한가

AI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수백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 시장을 NVIDIA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H100, H200, B100 — NVIDIA는 끊임없이 새 칩을 출시하며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와 기업이 NVIDIA에만 의존하는 것을 불안하게 봅니다.

미국은 AI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은 NVIDIA 없이 자체 AI 칩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유럽도 AI 반도체 자립을 외칩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AI 서비스의 인프라를 전적으로 미국 기업에 의존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취약합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는 세계 최고지만, AI 칩 설계에서는 아직 존재감이 작습니다.

리벨리언스는 그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오동훈 대표가 말하는 리벨리언스의 철학

오동훈 CEO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NVIDIA를 따라가려는 게 아닙니다. NVIDIA가 잘 못하는 영역에서 최고가 되려 합니다. AI 추론, 에너지 효율, 특화 워크로드 — 이 영역에서는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나온 AI 반도체가 세계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가는 날이 목표입니다."

리벨리언스의 전략은 "정면 돌파"가 아닙니다. 틈새를 파고드는 것. NVIDIA가 모든 시장을 다 챙길 수 없는 영역 — 추론 특화, 엣지 AI, 에너지 효율 — 에서 입지를 쌓아가는 것입니다.


지금의 리벨리언스

사피온과 합병 후, 리벨리언스는 더 큰 회사가 됐습니다.

다음 세대 칩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ATOM의 후속 칩은 더 높은 성능과 효율을 목표로 합니다. GPT-4 수준의 대형 언어 모델(LLM) 추론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고객 확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내 통신사, 금융사,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ATOM 칩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물론 도전은 여전합니다. NVIDIA는 매년 더 강력한 칩을 내놓습니다. 자금력, 생태계, 브랜드 모든 면에서 압도적입니다. 리벨리언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하지만 두 가지는 확실합니다.

첫째, 기술은 진짜입니다.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가 투자하고, 사피온이 합병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둘째, 시장은 대안을 원합니다. NVIDIA 독점이 영원할 수 없다면, 그 자리를 차지할 회사는 지금 이 순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반란은 계속된다

리벨리언스(Rebellions). 반란자들.

퀄컴과 삼성을 나온 두 엔지니어가 "우리가 AI 칩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무모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ATOM을 만들었습니다. 투자자들이 몰려왔습니다. 사피온이 합병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의 AI 반도체를 대표하는 이름이 됐습니다.

AI 시대의 인프라 전쟁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NVIDIA가 독주하는 그 무대에, 서울에서 올라온 반란자들이 서 있습니다.

이들이 얼마나 멀리 갈 수 있을지, 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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