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재건의 기로: 아사드 이후, 누가 시리아를 되살릴 것인가?
2024년 말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6년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논의와 재건 경쟁 속에서 시리아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잿더미 위에서 새벽이 오는가
알레포의 한 골목.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로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이 한 장면이 시리아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삶은 계속되지만, 그 삶이 놓인 토대는 여전히 허물어진 채다.
2024년 12월, 13년을 버티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전격 붕괴했다. 세계는 놀랐고, 시리아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로부터 약 15개월이 지난 2026년 3월, 시리아는 '재건'이라는 전혀 새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너진 나라, 얼마나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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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냉혹하다. 내전 13년간 약 50만 명이 사망했고,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200만 명 이상이 난민 또는 국내실향민이 됐다. 세계은행은 시리아 재건에 최소 4,000억 달러(약 530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GDP가 사실상 붕괴된 나라에서 이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더 복잡한 문제는 '누가 시리아를 통치하느냐'다. 현재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세력은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다. 과거 알카에다 계열에서 출발한 이 조직은 지도자 아흐마드 알샤라(일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의 지휘 아래 '온건화'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여전히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상태다.
제재 완화냐, 지속이냐: 국제사회의 줄다리기
2026년 초, 미국과 EU 내부에서 대시리아 제재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논리는 단순하다. 제재를 유지하면 재건이 불가능하고, 재건이 안 되면 난민이 돌아오지 못하며, 결국 시리아는 또 다른 실패 국가로 남는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HTS가 진정으로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의지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고, 소수 기독교도, 알라위파, 쿠르드족의 권리 보장도 불투명하다. 서방이 섣불리 제재를 풀었다가 또 다른 권위주의 정권을 키워준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걸프 국가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외교 재개를 통해 재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튀르키예는 북부 시리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며 쿠르드 세력 견제라는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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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드라마 속 중동
시리아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담아낸 작품은 단연 다큐멘터리 **《불가능한 귀환 (For Sama)》(2019)**이다. 알레포 포위전 당시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갓 태어난 딸 '사마'에게 남긴 영상 일기로, 폭격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삶의 의지를 담았다. 지금 시리아인들이 마주한 재건의 의지가 바로 이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Insyriated》(2017)**는 다마스쿠스의 한 아파트에 고립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거시적 정치가 아닌 개인의 공포와 생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물론 픽션이지만, 실제 내전 당시 민간인들의 경험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집트 혁명을 다룬 다큐 **《더 스퀘어 (The Square)》(2013)**는 직접적인 시리아 이야기는 아니지만, '독재 이후'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어려운 전환기를 거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아사드 이후 시리아가 걸어야 할 길을 미리 비춰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재건은 벽돌이 아니라 신뢰부터
결국 시리아 재건의 핵심은 시멘트나 달러가 아니다. 13년의 내전이 갈갈이 찢어놓은 종파 간, 민족 간, 세대 간 신뢰를 어떻게 되살리느냐의 문제다. 아사드가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억압이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보장, 그것이 먼저다.
시리아의 봄은 이제 막 첫 새벽을 맞이했다. 그 새벽이 진짜 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긴 겨울의 시작일지—세계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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