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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재건의 기로: 아사드 이후, 누가 시리아를 되살릴 것인가?
중동

시리아 재건의 기로: 아사드 이후, 누가 시리아를 되살릴 것인가?

2024년 말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시리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6년 현재,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 논의와 재건 경쟁 속에서 시리아의 미래는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을까?

2026년 3월 9일3분 읽기

잿더미 위에서 새벽이 오는가

알레포의 한 골목.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사이로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이 한 장면이 시리아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준다. 삶은 계속되지만, 그 삶이 놓인 토대는 여전히 허물어진 채다.

2024년 12월, 13년을 버티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전격 붕괴했다. 세계는 놀랐고, 시리아인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그로부터 약 15개월이 지난 2026년 3월, 시리아는 '재건'이라는 전혀 새로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무너진 나라, 얼마나 무너졌나

시리아 재건의 기로: 아사드 이후, 누가 시리아를 되살릴 것인가?

숫자는 냉혹하다. 내전 13년간 약 50만 명이 사망했고,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200만 명 이상이 난민 또는 국내실향민이 됐다. 세계은행은 시리아 재건에 최소 4,000억 달러(약 530조 원)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GDP가 사실상 붕괴된 나라에서 이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더 복잡한 문제는 '누가 시리아를 통치하느냐'다. 현재 다마스쿠스를 장악한 세력은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다. 과거 알카에다 계열에서 출발한 이 조직은 지도자 아흐마드 알샤라(일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의 지휘 아래 '온건화'를 선언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은 여전히 이들을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상태다.

제재 완화냐, 지속이냐: 국제사회의 줄다리기

2026년 초, 미국과 EU 내부에서 대시리아 제재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논리는 단순하다. 제재를 유지하면 재건이 불가능하고, 재건이 안 되면 난민이 돌아오지 못하며, 결국 시리아는 또 다른 실패 국가로 남는다는 것이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HTS가 진정으로 민주적 거버넌스를 구축할 의지가 있는지 검증되지 않았고, 소수 기독교도, 알라위파, 쿠르드족의 권리 보장도 불투명하다. 서방이 섣불리 제재를 풀었다가 또 다른 권위주의 정권을 키워준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걸프 국가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외교 재개를 통해 재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제적 계산이 깔려 있다. 튀르키예는 북부 시리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며 쿠르드 세력 견제라는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챙기고 있다. 관련 이미지

🎬 영화·드라마 속 중동

시리아의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담아낸 작품은 단연 다큐멘터리 **《불가능한 귀환 (For Sama)》(2019)**이다. 알레포 포위전 당시 한 여성 저널리스트가 갓 태어난 딸 '사마'에게 남긴 영상 일기로, 폭격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삶의 의지를 담았다. 지금 시리아인들이 마주한 재건의 의지가 바로 이 영화의 연장선에 있다.

**《Insyriated》(2017)**는 다마스쿠스의 한 아파트에 고립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거시적 정치가 아닌 개인의 공포와 생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물론 픽션이지만, 실제 내전 당시 민간인들의 경험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재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집트 혁명을 다룬 다큐 **《더 스퀘어 (The Square)》(2013)**는 직접적인 시리아 이야기는 아니지만, '독재 이후'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럽고 어려운 전환기를 거치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아사드 이후 시리아가 걸어야 할 길을 미리 비춰주는 거울 같은 작품이다.

재건은 벽돌이 아니라 신뢰부터

결국 시리아 재건의 핵심은 시멘트나 달러가 아니다. 13년의 내전이 갈갈이 찢어놓은 종파 간, 민족 간, 세대 간 신뢰를 어떻게 되살리느냐의 문제다. 아사드가 사라진 자리에 또 다른 억압이 들어서지 않으리라는 보장, 그것이 먼저다.

시리아의 봄은 이제 막 첫 새벽을 맞이했다. 그 새벽이 진짜 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다른 긴 겨울의 시작일지—세계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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