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재건의 기로: 아사드 붕괴 이후 100일, 새로운 시리아는 가능한가?
2024년 말 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지 약 100일, 시리아는 극심한 혼란과 희망이 공존하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 있다. 새로운 권력 구조, 국제사회의 시선, 그리고 수백만 난민의 귀환 가능성을 짚어본다.
잿더미 위에서 울리는 아잔
2024년 12월 8일 새벽, 다마스쿠스의 하늘에 축포가 올랐다. 54년간 시리아를 철권통치했던 아사드 왕조가 반군의 전격적인 진격 앞에 허망하게 무너진 것이다. 바샤르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도주했고, 감옥 문이 열리며 수천 명의 정치범이 쏟아져 나왔다. 세계는 경악했고, 시리아인들은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지금, 그로부터 약 100일이 지난 2026년 3월, 그 눈물의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혁명의 아침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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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리아의 실질적 권력은 이슬람주의 무장단체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의 수장 아흐마드 알샤라(구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가 이끄는 과도정부가 쥐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 정부를 공식 승인하지 않으면서도 조심스럽게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HTS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을 일부 완화했고, EU는 인도주의 지원 채널을 열었다.
다마스쿠스 거리에는 변화의 바람이 분다. 아사드 초상화가 걸렸던 자리에 시리아 혁명기가 펄럭이고, 여성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공공장소에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다. 북동부 쿠르드 자치 지역(로자바)과의 긴장,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시리아 내 군사 타격, 터키가 지원하는 무장세력과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전기는 하루 두 시간, 빵 한 덩이 값이 월급의 절반인 현실은 여전하다.
난민 귀환, 희망인가 또 다른 비극인가
세계는 지금 약 55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의 귀환 여부에 주목한다. 레바논과 튀르키예는 노골적으로 귀환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난민들은 자발적으로 고향을 찾아 떠났지만, 돌아간 마을이 폐허로 변해 있거나 다른 무장 세력이 점거한 현실에 절망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과도정부는 소수민족과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구체적인 헌법 로드맵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알레포의 재건에는 최소 4,00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추산이 나오는데,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투자는 정치적 안정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딜레마가 시리아의 봄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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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체스판, 시리아를 둘러싼 열강의 계산
러시아는 타르투스 해군기지와 흐메이밈 공군기지를 잃지 않으려 과도정부와 조용히 협상 중이다. 이란은 시리아를 통한 레바논 헤즈볼라 보급로가 사실상 차단되며 전략적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 틈에 시리아 남부 완충지대를 확대했고, 골란고원 경계를 넘어 더 깊숙이 진입했다. 걸프 국가들은 시리아 재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며 지갑을 열지 말지 저울질 중이다.
🎬 영화·드라마 속 중동
시리아의 오늘을 이해하고 싶다면 《포 미니츠 (For Sama, 2019)》 를 먼저 보길 권한다. 알레포 포위전 당시 한 여성 영화인이 딸 사마에게 남긴 생생한 기록으로, 아카데미 다큐상을 받았다. 영화가 포착한 폭격 속 일상은 현재 귀환하는 난민들이 마주하는 폐허와 직결된다. 다만 이 작품은 아사드 정권의 잔혹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반군 세력 내부의 복잡성은 상대적으로 약하게 다룬다.
《더 스퀘어 (The Square, 2013)》 는 이집트 혁명을 다루지만, "독재 이후의 혼돈"이라는 주제에서 시리아 현실과 강하게 공명한다. 혁명의 열기가 식은 뒤 권력을 채우려는 세력들의 각축은 다마스쿠스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클래쉬 (Clash, 2016)》 는 하나의 경찰 호송차 안에 갇힌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탈아사드 시리아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다양한 집단들의 긴장감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시리아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역사는 종종 우리에게 "자유는 독재의 종말이 아니라 그 이후의 더 긴 싸움에서 얻어진다"고 가르친다. 아사드는 사라졌지만 아사드가 남긴 상처, 분열, 그리고 공백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2026년 3월의 시리아는 여전히 위험하고, 불확실하며, 동시에 어느 때보다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
수백만의 시리아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 그날이 오기를 멀리서나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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