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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종식 후 첫 봄, 다마스쿠스는 지금 무엇을 꿈꾸는가
중동

시리아 내전 종식 후 첫 봄, 다마스쿠스는 지금 무엇을 꿈꾸는가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15년간의 내전이 막을 내린 시리아. 2026년 봄, 다마스쿠스 거리에 다시 피어나는 희망과 여전히 가시지 않은 상처를 들여다본다.

2026년 3월 18일2분 읽기

3월의 다마스쿠스, 재스민 향기와 폐허 사이

3월이면 다마스쿠스에는 재스민이 핀다. 아랍어로 '야스민(ياسمين)'이라 불리는 이 꽃은 시리아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2026년의 봄은 조금 다르다. 14년을 넘긴 내전이 공식적으로 종식 선언된 이후 맞이하는 첫 번째 진짜 봄이기 때문이다. 총성 대신 망치 소리가, 군화 대신 아이들의 발소리가 골목을 채우기 시작했다.

과연 시리아는 돌아올 수 있을까?

15년 상처의 무게 — 내전은 무엇을 남겼나

2011년 '아랍의 봄' 물결 속에서 시작된 시리아 반정부 시위는 순식간에 전면전으로 번졌다.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반군 세력, IS(이슬람국가), 쿠르드 자치군, 그리고 러시아·이란·미국·터키까지 개입한 이 전쟁은 20세기 이후 가장 복잡한 대리전 중 하나로 기록된다.

시리아 내전 종식 후 첫 봄, 다마스쿠스는 지금 무엇을 꿈꾸는가

유엔 추산에 따르면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50만 명을 웃돌고, 난민은 670만 명 이상이 해외로 떠났다. GDP는 전쟁 이전의 6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으며, 알레포·홈스·락까 등 주요 도시의 역사 지구는 잿더미가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6곳 모두가 전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이 전쟁이 단순히 사람만 죽인 게 아니라 수천 년의 문명을 지웠다는 걸 뜻한다.

재건의 현실 — 희망과 난관 사이

2025년 말 과도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 일부가 해제됐고, 걸프 국가들과 유럽연합의 재건 지원 논의가 본격화됐다. 다마스쿠스 구시가지 '알하미디야 바자르'에는 다시 상인들이 돌아오고 있고, 알레포의 일부 공장들도 가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낙관만 하기엔 이르다. 귀환 난민을 위한 주거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고, 지역별로 다른 무장 세력의 영향력은 통합 정부 구성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쿠르드 자치구역인 로자바(Rojava)와 중앙정부 간의 권력 배분 협상은 아직 진행형이다. '재건'이라는 단어가 지도 위에서는 선명해 보여도, 땅 위에서는 여전히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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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드라마 속 중동 — 스크린이 포착한 시리아

시리아의 비극은 여러 작품에 담겼다. 와드 알카팁 감독의 다큐멘터리 "팔리처 (For Sama, 2019)" 는 알레포에서 딸을 낳고 키우는 한 여성의 시선으로 전쟁을 기록한다. 포탄이 떨어지는 병원 안에서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장면은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무너뜨렸다. 픽션이 아닌 실제 기록이기에 더욱 무겁다.

"홈 (Home, 2015)" 은 시리아 난민 가족의 유럽 탈출기를 밀착 취재한 다큐로, 우리가 뉴스 숫자로만 접했던 난민 위기에 얼굴과 이름을 부여한다. 이 작품들은 2026년 지금, '재건'이 단순히 건물을 다시 세우는 일이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복원하는 일임을 일깨워 준다.

재스민은 다시 필 수 있을까

역사학자들은 시리아를 '문명의 십자로'라 부른다. 메소포타미아와 지중해를 잇던 이 땅은 수메르·아시리아·그리스·로마·이슬람 문명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 땅이 다시 피어나려 한다.

물론 한 번의 봄으로 15년의 겨울이 끝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마스쿠스의 골목에서 재스민 향기를 맡으며 커피를 마시는 노인들, 폐허 위에 학교를 짓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분명히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역사는 늘 그렇게, 가장 조용한 곳에서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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