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붕괴 100일: 아사드 이후, 다마스쿠스는 지금 어디로 향하는가
2025년 12월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약 100일이 지난 시리아. 새로운 권력 공백 속에서 다마스쿠스는 희망과 혼돈 사이를 걷고 있다.
100일 전, 세상이 멈췄다
2025년 12월 8일 새벽, 바샤르 알아사드가 러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 세계 뉴스 속보를 뒤덮었다. 54년간 아버지와 아들이 쥐고 있던 시리아 정권이 단 열흘 만에 무너진 것이다. 다마스쿠스 거리에선 사람들이 오열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기쁨인지 두려움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었다.
그로부터 약 100일이 지난 2026년 3월, 시리아는 지금 어디쯤 서 있을까.
권력의 빈자리, 누가 채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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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드 붕괴 직후 시리아의 실질적 지배권을 장악한 것은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다. 한때 알카에다 계열로 분류됐던 이 무장 단체는 지금 스스로를 "혁명 과도 정부"로 포장하며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으려 애쓰고 있다.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넥타이를 매고 서방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우리는 모든 종교와 소수 민족을 보호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나 쿠르드족 자치 지역인 로자바와의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고, 알라위파·기독교 공동체들은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제 사회의 반응도 복잡하다. 터키는 HTS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며 영향력 확장에 나섰고, 이스라엘은 골란 고원 완충지대를 넘어 시리아 남서부 일부를 사실상 점령했다. 미국은 대(對)시리아 제재를 일부 완화하면서도 HTS의 테러 단체 지정을 아직 해제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삶은 달라졌나
다마스쿠스 구시가지의 수크(시장)에는 오랜만에 활기가 돌아왔다고 한다. 해외에서 돌아오는 난민들도 조금씩 생겨났다. 14년 내전 동안 600만 명 이상이 나라를 떠났다. 그중 일부가 돌아오고 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관망 중이다.
전력은 하루 평균 3~4시간만 들어온다. 식량 가격은 여전히 치솟아 있다. 아사드 시절의 무카바라트(비밀경찰) 건물들이 불에 탔지만, 새로운 형태의 통제가 시작됐다는 보고도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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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분명 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자유인지 또 다른 권위주의의 예고편인지, 아직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 영화·드라마 속 중동
시리아의 혼돈을 이해하는 데 스크린이 때로는 교과서보다 더 생생하다.
**《시리아의 눈물: 우리가 죽어가는 이유》(2017)**는 내전 한복판의 민간인 시선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아이들의 증언과 폭격 장면이 교차하며, 왜 수백만 명이 바다를 건너야 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의 "재건" 담론이 얼마나 먼 이야기인지를 되새기게 한다.
**《노 엔드 인 사이트》(2007)**는 이라크 침공 이후의 권력 공백을 다룬 다큐로, 시리아의 현재와 놀랍도록 겹친다. 군대 해산, 탈바트화(탈아사드화), 외부 세력의 개입... 시리아가 이라크의 실수를 반복할지 여부를 묻게 만드는 작품이다.
**《포 라이온스》(2010)**는 블랙 코미디 영화지만, 지하드 무장 단체 내부의 이념 충돌과 분열을 유머로 해부한다. HTS가 "온건화"를 선언하는 지금, 이 영화의 냉소적 시선이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물론 픽션이 실제 시리아의 복잡한 정치 역학을 단순화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다마스쿠스의 봄은 올 것인가
시리아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다. 수천 년을 버텨온 다마스쿠스가 이번에도 살아남을 것이라는 데 의심은 없다. 다만 누구를 위한 다마스쿠스가 될지가 문제다.
100일은 짧다. 하지만 역사의 방향은 종종 이 짧은 순간들에 결정된다. 세계가 시리아를 잊지 않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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