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재건의 봄: 아사드 붕괴 이후 100일, 무엇이 달라졌나
2024년 말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 약 100일이 지난 2026년 봄, 시리아는 재건의 기대와 분열의 위기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새 과도정부의 도전과 국제사회의 시선을 함께 살펴본다.
봄이 왔지만, 시리아는 아직 겨울
다마스쿠스의 우마야드 광장에 요즘 사람들이 모인다. 13년 내전 동안 집 밖에 나오는 것조차 두려웠던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카페 테라스에 앉고, 아이들이 공원에서 뛴다. 2024년 12월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 약 100일. 지도 위의 시리아는 분명 달라졌는데, 그 땅 위의 시리아는 여전히 질문 중이다. "이 자유가 진짜 자유일까?"
아사드 이후의 시리아, 지금 어디쯤인가

2024년 11월 말, 반군 연합 HTS(하야트 타흐리르 알샴)가 이끄는 세력이 전광석화처럼 알레포를 점령하더니 불과 2주 만에 수도 다마스쿠스까지 함락했다. 50년 아사드 왕조는 그렇게 무너졌다. 바샤르 알아사드는 러시아로 도주했고, 세계는 경악과 안도가 뒤섞인 눈으로 시리아를 바라봤다.
과도정부 수반이 된 아흐마드 알샤라(일명 아부 무함마드 알졸라니)는 "포용적 시리아"를 약속했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그의 과거, 즉 알카에다 계열 조직 출신이라는 이력을 쉽게 잊지 못한다. 미국과 EU는 제재를 일부 완화했지만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거리가 있다.
현재 시리아 영토는 크게 세 개의 힘이 나눠 갖고 있다.
- 과도정부(다마스쿠스): 중서부 핵심 지역
- 쿠르드 자치정부(SDF): 북동부 유프라테스 강 동쪽
- 터키 지원 세력: 북부 완충지대
이 세 축이 충돌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을지가 2026년 시리아의 가장 뜨거운 숙제다.
재건의 숫자들, 그리고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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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은 시리아 재건 비용을 최소 4,000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한다. 천문학적 숫자다. 아직도 6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터키, 레바논, 요르단, 유럽에 흩어져 있다. 인프라의 절반 이상이 파괴됐고, 경제는 사실상 제로에서 시작이다.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재건 투자 의향을 내비치고 있고, 튀르키예는 이미 북부에서 영향력을 굳히고 있다. 반면 이란은 친아사드 인프라를 잃고 중동 내 '저항의 축' 재편을 고민 중이다. 시리아는 어느 나라에게도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 지정학적 체스판이다.
국내적으로는 드루즈, 알라위, 기독교 소수파가 새 정부에 보내는 시선이 조심스럽다. "우리가 설 자리가 있을까?" 이 질문에 과도정부가 어떻게 답하느냐가 진짜 재건의 시작점이다.
🎬 영화·드라마 속 중동
시리아의 고통을 가장 날것으로 담아낸 작품은 단연 **《포 미니츠 인 알레포 (For Sama, 2019)》**다. 알레포 포위전 속에서 딸 사마를 낳고 키운 의사 부부의 실화 다큐멘터리로, 칸 영화제 황금눈상을 받았다. 폭격 속 병원 장면은 아직도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물론 지금 다마스쿠스에 봄 햇살이 드는 현실과는 다른 시간의 이야기지만, 그 고통이 있었기에 지금의 변화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알레포의 마지막 사람들 (Last Men in Aleppo, 2017)》**은 하얀 헬멧 대원들을 따라가는 다큐로, 민간인을 구하는 사람들의 일상적 영웅주의를 담았다. 아카데미 단편 다큐상 수상작이다. 현재 하얀 헬멧 대원 일부는 과도정부 민방위 조직으로 편입되어 활동 중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집트 혁명을 다룬 **《더 스퀘어 (The Square, 2013)》**는 시리아 이야기가 아니지만, 독재 이후 광장에 선 사람들의 기쁨과 혼란을 생생히 보여준다. 다마스쿠스의 우마야드 광장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이 영화와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봄은, 스스로 오지 않는다
시리아에 봄이 왔다고들 한다. 하지만 역사는 가르쳐준다. 봄은 그냥 오지 않고, 온 뒤에도 서리가 내릴 수 있다고. 소수 종파의 안전, 쿠르드족과의 협상, 수백만 난민의 귀환, 그리고 주변 강대국들의 간섭. 시리아 앞에 놓인 숙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그럼에도 다마스쿠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오래 묵은 두려움 대신 조심스러운 희망이 번진다. 그 희망이 꺼지지 않도록, 세계가 시리아를 잊지 않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 가장 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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