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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이 끝나고 전쟁이 계속된다: 가자 휴전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중동

라마단이 끝나고 전쟁이 계속된다: 가자 휴전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2026년 라마단이 막을 내리는 시점에도 가자지구의 포성은 멈추지 않았다. 반복되는 휴전 협상 실패의 구조적 원인을 짚어본다.

2026년 3월 30일3분 읽기

라마단의 마지막 밤, 가자에서 들려온 소식

초승달이 뜨고 지는 한 달 동안, 전 세계 무슬림은 금식과 기도로 라마단을 보낸다. 그 신성한 달이 끝나는 이드 알-피트르 전날 밤, 가자지구에서는 여전히 공습 경보가 울렸다. 2026년 3월 30일, 라마단의 마지막 날. 세계는 또다시 질문을 던진다. "왜 휴전은 이렇게 어려운가?"

반복되는 협상, 반복되는 붕괴

2023년 10월 이후 가자 분쟁은 2년 5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카타르·이집트·미국이 중재에 나선 협상 테이블은 수십 번 차려졌지만, 번번이 뒤집혔다. 핵심 쟁점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인질과 포로 맞교환 비율.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전원의 생환을 요구하고, 하마스는 그에 상응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백 명 석방을 요구한다. 숫자를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둘째, 이스라엘군 철수 범위. 하마스는 완전 철수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필라델피 회랑'(가자-이집트 국경 지대)에서의 상시 주둔을 고집한다. 무기 밀수 차단이 명분이지만, 팔레스타인 측은 이를 점령의 영속화로 본다.

셋째, '영구 종전'이라는 단어. 이스라엘 강경파는 하마스 완전 해체 전에 전쟁 종결을 선언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하마스는 영구 종전 보장 없는 합의는 사실상 항복이라 거부한다.

라마단이 끝나고 전쟁이 계속된다: 가자 휴전은 왜 이렇게 어려운가

라마단이 갖는 상징적 무게

라마단은 단순한 종교 절기가 아니다. 이슬람 역사에서 라마단은 전쟁과 평화가 교차하는 상징적 시간이었다. 624년 바드르 전투도, 1973년 욤 키푸르·라마단 전쟁도 이 달에 일어났다. 국제사회가 매년 라마단을 앞두고 "이번만큼은 휴전을"이라고 호소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맥락이 있다.

하지만 2024년에도, 2025년에도, 그리고 2026년에도 라마단 휴전은 성사되지 못했거나 며칠 만에 깨졌다. 신성한 달이라는 도덕적 압박이 정치적 계산 앞에서 번번이 무력해진다는 사실이, 이 분쟁의 냉혹함을 보여준다.

지역 강대국들의 셈법

휴전을 더 어렵게 만드는 건 주변국의 복잡한 이해관계다. 이란은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카드를 쉽게 내려놓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이스라엘 수교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는 미국의 중재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이집트는 가자 난민의 시나이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자국 이익 때문에 중재자이면서도 국경을 걸어 잠근 당사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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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드라마 속 중동

팔레스타인의 현실은 여러 영화 속에서 날카롭게 포착됐다.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의 **《오마르(Omar, 2013)》**는 분리 장벽을 넘나드는 청년의 이야기를 통해 점령 하의 일상이 어떻게 사람을 소진시키는지 보여준다. 영화 속 장벽 장면은 실제 서안지구 분리 장벽을 배경으로 촬영됐는데, 현실과 픽션의 경계가 거의 없다. 다만 영화는 개인의 선택과 배신에 집중하며 정치적 당파성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같은 감독의 **《파라다이스 나우(Paradise Now, 2005)》**는 자살 폭탄 공격을 준비하는 두 청년의 24시간을 따라가며, 극단적 선택의 배경에 깔린 절망을 냉정하게 그린다. 이 영화는 테러를 미화한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팔레스타인 청년의 심리를 이해하려는 시도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다큐멘터리 **《부두루스(Budrus, 2009)》**는 분리 장벽 건설에 저항하는 한 마을의 비폭력 운동을 기록한다. 하마스와 파타가 한 마을에서 함께 시위하는 장면은 지금 가자의 분열과 대조돼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라마단 이후의 세계에 남겨진 질문

금식이 끝나고 축제의 음식이 차려지는 이드의 아침, 가자의 가족들은 어떤 식탁을 맞이하고 있을까. 휴전 협상은 또 어떤 이유로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게 될까.

이 분쟁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악인이 너무 명확해서가 아니라, 각자의 두려움과 논리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복잡함을 이해하는 것, 그것이 아마 평화로 가는 첫 번째 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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