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2년, 그 폐허 위에서 팔레스타인 아이들은 무엇을 꿈꾸는가
2024년 10월로 가자 전쟁이 발발 1주년을 넘긴 지금, 2026년 현재까지 이어지는 분쟁 속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특히 아이들이 겪는 인도주의적 위기와 그 역사적 맥락을 살펴봅니다.
잿더미 위의 운동화
열 살짜리 아이가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 사이에서 축구공을 찾고 있다. 공은 없다. 대신 아이는 페트병을 발로 찬다. 가자지구 북부, 2026년 4월의 어느 오후 풍경이다.
전쟁이 시작된 지 어느덧 2년 반이 넘었다. 숫자는 이미 감각을 마비시킬 만큼 커졌지만, 그 숫자 하나하나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가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포위의 땅
![]()
가자지구는 단순히 '분쟁 지역'이 아니다. 면적 360㎢, 인구 약 220만 명이 밀집한 이 좁은 땅은 2007년 하마스가 실권을 장악한 이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봉쇄 속에 놓였다. 전기는 하루 평균 4~6시간만 들어왔고, 깨끗한 식수는 늘 부족했다. 유엔은 일찍이 "2020년이면 가자는 거주 불가능한 지역이 될 것"이라 경고했지만, 세상은 그 경고를 흘려들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전면 반격으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수십 년간 축적된 불신과 폭력의 폭발이었다. 1948년 나크바(대재앙), 1967년 점령, 수차례의 인티파다(민중 봉기)—가자의 역사는 끝없는 상처의 연대기다.
2026년 현재, 무엇이 달라졌나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과 카타르·이집트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간헐적인 교전과 인도주의 지원 봉쇄는 계속되고 있다.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는 재정 위기와 일부 회원국의 지원 중단으로 활동이 크게 축소됐다.
가장 심각한 것은 아이들이다. 유니세프 추산으로 가자 어린이의 90% 이상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고 있으며, 학교 건물의 80% 이상이 파괴되거나 대피소로 전용됐다. 한 세대 전체가 '학교 없이' 자라고 있다.
동시에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이스라엘 지도부 체포 영장 집행 문제, 미국의 중재 역할 변화, 아랍 국가들의 엇갈린 입장 등 지정학적 셈법은 여전히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가
![]()
가자 문제의 핵심에는 상호 모순된 서사가 있다. 이스라엘 측은 안보와 자위권을, 팔레스타인 측은 점령 종식과 국가 수립을 주장한다. 두 주장 모두 그 나름의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기에, 외부에서 '어느 편이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민간인, 특히 아무런 선택권도 없는 아이들이 가장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 영화·드라마 속 중동
이 복잡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 영상 작품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된다.
**《오마르》(2013)**는 이스라엘 점령하 서안지구에서 살아가는 청년의 이야기다. 장벽을 넘어 연인을 만나러 가는 장면은, 분리장벽이 팔레스타인 일상을 어떻게 단절시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으로, 픽션이지만 실제 점령지 촬영으로 사실감이 높다.
**《5개의 부서진 카메라》(2012)**는 팔레스타인 농부 에마드 부르나트가 직접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아들의 성장과 마을 저항운동을 동시에 담아낸 이 작품은, 가자가 아닌 서안지구 이야기지만 팔레스타인 민간인의 시선을 가장 솔직하게 담아냈다.
**《가자에서 보낸 편지》(2015)**는 봉쇄 속 가자 주민들의 일상을 따라간 단편 다큐로, 지금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숫자들이 실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를 조용히 일러준다.
폐허 위에서도 자라는 것들
페트병을 발로 차던 그 열 살짜리 아이에게 누군가 물었다고 한다.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집이 있는 사람."
어떤 꿈은 꿈이 아니라 기본권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고도 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새 글을 이메일로 받아보세요 ✉️
새 글이 올라오면 바로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