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2년, 폐허 위에서 피어나는 팔레스타인의 문화 저항
2023년 10월 시작된 가자 전쟁이 2년 반을 넘어서는 지금, 폐허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이 예술과 문화로 정체성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폐허에도 노래는 멈추지 않는다
2026년 4월, 가자지구 어딘가의 반쯤 무너진 건물 벽에는 여전히 그림이 그려진다. 총성이 멈춘 틈을 타, 한 소년이 분필로 올리브 나무를 스케치한다. 이것이 팔레스타인이 세계에 말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아직 여기 있다'고.
전쟁의 상흔, 숫자로 읽는 가자 2년 반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반격으로 시작된 가자 전쟁은 2026년 4월 현재도 완전한 휴전에 이르지 못한 채 단속적인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추산 민간인 사망자는 5만 명을 넘어섰고, 가자지구 건축물의 70% 이상이 파괴되었다. 학교, 병원, 도서관 — 문명의 흔적들이 차례로 무너졌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주목하지 못하는 곳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문화 정체성을 지키려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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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트리즈'에서 시까지 — 저항의 언어들
팔레스타인의 전통 자수 '타트리즈(Tatreez)'는 단순한 바느질이 아니다. 각 마을마다 고유한 문양이 있어, 옷만 봐도 그 사람이 어느 지역 출신인지 알 수 있었다. 1948년 나크바(대재앙) 이후 수십만 명이 고향을 잃었지만, 어머니에서 딸로 전해진 바늘과 실은 사라진 마을의 기억을 옷감 위에 새겼다.
가자의 피난처 텐트 안에서도 할머니들은 손녀에게 타트리즈를 가르친다. 폭격으로 모든 것을 잃어도, 손끝에 새겨진 문양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듯이.
시 문학도 살아 숨 쉰다. '팔레스타인의 국민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의 시구들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진다. "나는 거기에 있다. 나는 거기에 있다. 나는 거기에 있다" — 존재 자체가 저항이 되는 시들이 아랍어와 영어로, 때로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어 공유된다.
디지털 공간, 새로운 저항의 무대
젊은 팔레스타인 예술가들은 인터넷을 통해 세계와 연결된다. 가자 출신의 화가들은 위성 인터넷이 연결되는 잠깐의 틈에 작품 사진을 업로드하고, 런던·베이루트·서울의 갤러리들이 이를 전시한다. 음악가들은 우드(oud) 선율을 녹음해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린다.
이것은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다. '우리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남기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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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드라마 속 중동
이 문화적 저항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몇 편의 작품이 도움이 된다.
**《파라다이스 나우》(2005)**는 팔레스타인 청년 두 명이 자살 폭탄 테러를 결심하는 하루를 따라간다. 폭력의 선택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선택을 낳은 점령과 절망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며 팔레스타인의 현실을 세계에 알렸다. 단, 이 영화는 특정 개인들의 극단적 선택에 집중한 픽션으로, 팔레스타인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오마르》(2013) 역시 하니 아부아사드 감독의 작품으로, 서안지구 분리장벽을 매일 넘나드는 청년의 사랑과 배신을 그린다. 타트리즈 자수가 새겨진 일상의 풍경들이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다큐멘터리 **《가자 파이츠 포 프리덤》(2019)**은 2018년 '귀환의 대행진' 시위를 기록한 작품으로, 가자의 젊은이들이 예술과 시위로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기억이 살아있는 한, 땅은 사라지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시인 다르위시는 썼다. "우리는 기억 위에 나라를 세웠다." 국가도, 영토도 빼앗길 수 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자수 문양, 할아버지의 시, 소년의 분필 그림은 — 그것만큼은 폭탄이 지울 수 없다.
2026년의 가자는 여전히 아프다. 하지만 그 폐허 위에서 문화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가장 오래 남을 저항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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