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달릴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니에요" — 1,130번의 레이스를 함께 달린 팀 호이트 이야기
뇌성마비로 태어난 아들 릭을 휠체어에 태우고 1,130번이 넘는 레이스를 완주한 아버지 딕 호이트의 이야기입니다. 40년간 멈추지 않은 이 부자(父子)의 여정은 전 세계에 '사랑이 곧 다리'라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아빠, 달릴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니에요"
1,130번의 레이스를 함께 달린 아버지, 딕 호이트 이야기
태어나자마자 들은 선고
1962년 1월 10일, 매사추세츠주 홀랜드에서 딕 호이트(Dick Hoyt)와 주디 호이트(Judy Hoyt) 부부 사이에 아들 릭 호이트(Rick Hoyt)가 태어났습니다. 출산 과정에서 탯줄이 목에 감기는 사고가 발생했고, 산소 공급이 끊긴 결과 릭은 경직형 사지마비 뇌성마비 진단을 받았습니다.
의사들은 부모에게 냉정한 말을 건넸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 식물인간 상태로 살 것입니다. 시설에 맡기시는 편이 낫습니다."
그러나 딕과 주디는 그 조언을 거부했습니다. 릭의 눈동자가 부모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 작은 눈빛 하나가, 이 가족의 40년 여정을 시작하게 했습니다.
"이 아이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릭은 말을 할 수 없었고,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부모는 릭이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농담을 하면 웃었고, 슬픈 이야기를 하면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부부는 터프츠 대학교 공학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1972년 연구진은 릭을 위한 특수 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머리 옆에 부착된 스위치를 통해 커서를 움직이고, 화면의 글자를 선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릭이 처음 완성한 문장은 이것이었습니다.
"Go Bruins!" (브루인스 이겨라!)
보스턴 브루인스의 열렬한 팬이었던 이 소년은, 세상에 자신이 '생각하는 사람'임을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그 순간 딕은 눈물을 흘리며 깨달았습니다. 아들의 몸은 갇혀 있지만, 정신은 자유롭다는 것을.
"아빠, 달릴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아요"
1977년, 릭은 아버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합니다. 지역 자선 달리기 대회에 함께 참가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한 학생을 위한 모금 행사였습니다. 당시 40세의 딕은 마라토너도 아니었고, 운동선수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군인 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딕은 릭을 휠체어에 태우고 5마일을 달렸습니다. 꼴찌에서 두 번째였지만, 그날 밤 릭이 컴퓨터로 쓴 문장이 딕의 인생을 영원히 바꿔놓았습니다.
"Dad, when I'm running, it feels like I'm not handicapped." "아빠, 달릴 때 저는 장애인이 아닌 것 같아요."
그 한 문장을 읽는 순간, 딕은 결심했습니다. 아들에게 그 자유를 계속 선물하겠다고.
팀 호이트(Team Hoyt)의 탄생
1981년, 딕과 릭은 처음으로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합니다. 아버지는 특수 제작된 러닝 휠체어를 밀며 42.195km를 달렸습니다. 공식 출전이 거부되자, 비공식 참가자로 출발선 뒤에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은 관중의 눈물을 자아냈고, 이듬해 공식 참가 자격을 부여받았습니다.
이후 딕은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매일 새벽 혼자 달리고, 주말에는 릭과 함께 연습했습니다. 두 사람의 도전은 마라톤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 트라이애슬론: 수영 구간에서는 릭이 탄 보트를 줄로 끌었고, 자전거 구간에서는 특수 좌석을 자전거 앞에 장착하여 릭을 태웠으며, 달리기 구간에서는 언제나처럼 휠체어를 밀었습니다.
- 1992년: 미국을 자전거와 달리기로 횡단하는 45일간의 여정도 완수했습니다. 총 6,010km.
40년 넘는 세월 동안 팀 호이트는 마라톤 72회를 포함해 1,130회 이상의 레이스를 완주했습니다. 보스턴 마라톤만 32회 연속 참가했습니다.
멈추지 않는 이유
딕 호이트에게 기자가 물었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십니까?"
그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아들의 얼굴을 보면 압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릭의 미소, 그것이 제가 달리는 이유입니다."
릭 역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저의 다리이고, 저는 아버지의 영감입니다. 우리는 서로의 반쪽입니다."
헌정과 유산
2013년 4월, 보스턴 마라톤 출발선 근처 하트브레이크 힐에는 딕과 릭 호이트의 동상이 세워졌습니다. 아버지가 아들의 휠체어를 밀며 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 동상의 명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Yes You Can" (그래, 너는 할 수 있어)
이것은 팀 호이트의 공식 모토였습니다.
2014년, 딕은 74세에 마지막 보스턴 마라톤을 달렸습니다. 더 이상 몸이 허락하지 않았지만, 릭을 위한 달리기를 멈추는 것은 아버지에게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2021년 3월 17일, 릭 호이트는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2023년 3월 15일, 딕 호이트도 82세로 아들의 곁으로 갔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마침내 같은 하늘 아래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들이 남긴 것
팀 호이트의 이야기는 단순한 스포츠 미담이 아닙니다. 이 부자의 여정은 전 세계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고, **호이트 재단(Hoyt Foundation)**을 통해 장애인의 스포츠 참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전역에서 수백 개의 '팀 호이트' 영감 팀이 생겨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레이스를 달리는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딕 호이트는 생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아버지일 뿐입니다. 어떤 아버지라도 자기 아이를 위해 같은 일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알고 있습니다. 1,130번을 달리면서 단 한 번도 포기하지 않은 것, 그것은 '그저'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위대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릭의 컴퓨터에 남겨진 마지막 말이 지금도 많은 사람의 가슴을 울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꿈은,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우고 제가 밀며 달리는 것입니다."
그들의 레이스는 끝났지만, 그들의 사랑은 아직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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