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3월 21일: 이오지마의 마지막 불꽃 — 성조기를 꽂은 병사들의 진짜 이야기
1945년 3월 21일, 이오지마 전투가 막바지에 치달으며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쟁 사진 한 장이 세계를 흔들었습니다. 수리바치산 꼭대기에 성조기를 꽂은 여섯 병사의 이야기, 그 뒤에 숨겨진 슬프고도 경이로운 진실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한 장의 사진이 전쟁을 바꿨다
상상해보세요. 1945년 2월의 태평양, 유황 냄새가 진동하는 작은 화산섬. 포탄이 쉴 새 없이 터지는 가운데, 여섯 명의 해병대원이 무거운 쇠 깃대를 들어 올립니다. 그리고 찰칵 — AP통신 사진기자 조 로젠탈의 셔터가 역사를 포착했습니다.
이 사진은 퓰리처상을 받았고, 미국 역사상 가장 많이 복제된 이미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진 속 영웅들의 진짜 이야기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훨씬 더 가슴 아픕니다.
지옥섬 이오지마, 왜 이곳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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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지마(硫黃島)는 도쿄에서 남쪽으로 약 1,200km 떨어진 화산섬입니다. 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세 배 남짓. 하지만 전략적 가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미군의 B-29 폭격기가 일본 본토를 폭격하는 항로 한복판에 위치해, 일본군의 레이더 기지이자 전투기 발진 기지로 활용되고 있었거든요.
1945년 2월 19일, 미 해병대 약 7만 명이 상륙을 시작합니다. 일본군 수비대는 약 2만 1,000명. 숫자상 열세였지만, 그들은 섬 전체를 거미줄처럼 연결된 지하 터널 요새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오지마 전투는 미군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미군 약 7,000명 전사, 부상자 2만 명 이상. 일본군은 거의 전멸에 가까운 손실을 입었습니다.
깃발은 두 번 올라갔다
2월 23일, 해병대원들이 제일 먼저 수리바치산 정상에 올라 작은 성조기를 꽂았습니다. 하지만 지휘부는 더 크고 잘 보이는 깃발을 원했고, 몇 시간 뒤 두 번째 깃발 게양이 이루어졌습니다. 로젠탈이 담은 건 바로 이 두 번째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3월 21일, 36일간의 혈전 끝에 이오지마 전투는 사실상 종결을 향해 달려갑니다. 수리바치는 이미 함락됐지만 섬 북부에서는 마지막 저항이 이어지고 있었고, 이날을 기점으로 일본군의 조직적 저항은 사실상 붕괴됩니다.
영웅으로 불린 이들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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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여섯 명 중 세 명은 전투가 끝나기 전에 이오지마에서 전사했습니다. 살아남은 세 명 — 아이라 헤이스, 레니 개그논, 존 브래들리 — 은 본국으로 소환되어 전쟁 국채 판매 캠페인의 얼굴이 됩니다. 원주민 피마족 출신의 아이라 헤이스는 "전 영웅이 아닙니다. 진짜 영웅들은 이오지마에 묻혀 있습니다"라고 했지만, 세상은 그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더 충격적인 반전은 2019년에 밝혀집니다. 미 해병대의 공식 조사 결과, 사진 속 인물 중 하나가 기존에 알려진 존 브래들리가 아니라 해롤드 슐츠라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80년 가까이 잘못된 이름으로 기억되어 온 것이죠.
🎬 영화·드라마 속 이 역사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은 2006년 이 이야기를 두 편의 영화로 동시에 만드는 도전을 했습니다. **〈아버지의 깃발〉**은 살아남은 세 병사가 영웅으로 떠받들리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혼란을 섬세하게 그립니다. 화려한 전쟁 영웅담 대신 "영웅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반전(反戰)적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실제 역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존 브래들리의 전시 경험을 다소 극적으로 각색했다는 것 — 앞서 말한 인물 오인 논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같은 해 나온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는 일본군 지휘관 구리바야시 다다미치의 시선으로 같은 전투를 그립니다. 적군의 인간적 면모를 담은 할리우드 영화라는 점에서 당시 큰 화제가 됐습니다.
HBO 미니시리즈 **〈더 퍼시픽〉**은 과달카날부터 오키나와까지 태평양 전쟁 전체를 조망하며, 이오지마의 처절함을 날것 그대로 전달합니다.
사진 한 장, 그 너머
수리바치산 꼭대기에서 깃발을 들어 올린 여섯 손. 그 손들의 반은 이오지마의 흙이 되었고, 나머지 반은 평생 "영웅"이라는 무게를 지고 살아야 했습니다. 역사는 종종 한 장의 이미지로 기억되지만, 그 이미지 안에는 우리가 미처 다 읽지 못한 수천 개의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오늘, 그 섬을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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