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소년이 독학으로 만든 나라 — 에이브러햄 링컨이 책을 훔쳐 읽었던 이유
통나무 오두막에서 태어나 학교를 1년도 채 다니지 못한 소년이 스스로 법을 공부해 미국 대통령이 됐다. 링컨의 진짜 무기는 총도 권력도 아닌, 불빛 하나로 읽어낸 책 한 권이었다.
"책이 없으면 빌려라, 빌릴 곳이 없으면 훔쳐라"
1826년 인디애나주 피전 크리크. 열일곱 살 소년 에이브러햄 링컨은 밤마다 통나무집 벽에 등을 기대고 벽난로 불빛을 얼굴에 받으며 책을 읽었다. 문제는 읽을 책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웃집에서 책을 빌려 베껴 쓰고, 베껴 쓴 종이가 없으면 나무 껍데기에 숯으로 글자를 적었다. 훗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평생 공식 학교 교육을 모두 합쳐봤자 1년이 안 됩니다."
그런 사람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통나무집에서 백악관까지 — 그 사이의 거리
1809년 2월 12일, 켄터키주 하딘 카운티의 작은 농장에서 태어난 링컨의 집안은 가난했다. 아버지 토머스는 땅 문서 분쟁으로 농장을 잃고 인디애나로 이사했고, 어머니 낸시는 링컨이 아홉 살 때 '우유병(milk sickness)'으로 세상을 떠났다. 슬픔도 잠시, 가족은 생존을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학교는 마을마다 있지 않았다. 있더라도 농사철에는 문을 닫았다. 링컨이 다닌 '버블 스쿨(blab school)'은 학생들이 큰 소리로 교과서를 낭독하는 방식의 초등 수준 교육 기관이었는데, 그마저도 간헐적으로만 다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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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링컨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 변경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책을 읽었다. 성경, 이솝 우화, 로빈슨 크루소, 미국 독립선언서, 그리고 조지 워싱턴의 전기. 특히 워싱턴 전기를 읽다 비를 맞혀 책이 망가지자, 3일 치 노동 품삯을 내고 책값을 치렀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에게 책은 사치품이 아니라 탈출구였다.
법정에서 태어난 대통령
스물두 살, 링컨은 일리노이주로 이사해 잡화점 점원 일을 시작했다. 그 틈틈이 법률서적 《블랙스톤의 주석》을 독학했다. 책을 사지 못해 다른 사람이 버린 책 상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다. 그는 농장 일을 마치고 밤마다 그 책을 읽으며 혼자 법을 공부했고, 1836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정규 법학 교육 없이, 학위 없이, 오직 독서와 실전 경험만으로.
일리노이 주의회 의원을 거쳐 연방 하원의원이 된 링컨은 186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정규 교육을 적게 받은 대통령 중 하나였다.

무지가 아니라 의지가 사람을 만든다
링컨의 이야기가 진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한 "가난을 이겨낸 성공 스토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못 배웠다는 사실을 오히려 겸손과 공감의 도구로 삼았다. 남북전쟁 당시 그가 썼던 연설문들 — 게티즈버그 연설, 두 번째 취임 연설 — 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산문으로 꼽힌다. 모두 독학으로 갈고닦은 문장들이었다.
"배우지 못한 사람"이 쓴 글이 150년이 지난 지금도 교과서에 실린다. 그 반전이야말로 링컨이라는 인물의 핵심이다.
🎬 영화·드라마 속 이 역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2012)**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압도적인 연기로 재임 말기 링컨의 정치적 결단을 묘사한다. 젊은 시절 독학하던 모습보다는 수완 좋은 정치가의 면모에 집중하지만, 대화 장면마다 링컨 특유의 이야기꾼 기질이 잘 살아있다. 그 말솜씨가 통나무집 벽난로 앞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장면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존 포드 감독의 고전 **《젊은 미스터 링컨》(1939)**은 청년 링컨이 변호사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이 섞여 있지만, 독학으로 법을 배우는 링컨의 초기 모습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룬 영화다.
불빛 하나면 충분하다
링컨이 살던 시대에는 공공도서관도, 인터넷도, 장학금도 없었다. 그에게 있었던 건 벽난로 불빛 하나와, 그 앞에서 책장을 넘기는 손뿐이었다. 5월의 오늘, 그 손이 결국 노예 해방 선언서에 서명을 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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