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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뒤에도 재판을 받은 대통령 — 앤드루 존슨 탄핵의 진짜 이유
미국역사

죽은 뒤에도 재판을 받은 대통령 — 앤드루 존슨 탄핵의 진짜 이유

1868년 5월 2일, 미국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 심판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존슨을 살린 것은 무죄의 증거가 아니라 단 한 표였다.

2026년 5월 2일3분 읽기

'가장 운 좋게 살아남은 대통령'이라는 별명

미국 역사에서 탄핵 심판까지 간 대통령은 여럿이지만, 단 한 표 차이로 살아남은 대통령은 딱 한 명뿐입니다. 앤드루 존슨. 링컨이 암살된 날 밤, 갑자기 대통령이 된 그 남자입니다. 그리고 1868년 5월, 그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상원 탄핵 심판대에 올랐습니다.

반전은 여기 있습니다. 존슨을 죽이려 했던 것은 정적(政敵)들이었지만, 그를 살린 것은 자기 편이라 믿었던 공화당 상원의원 한 명이었습니다. 그것도 정치 생명을 걸고.


링컨이 남긴 부담스러운 의자

죽은 뒤에도 재판을 받은 대통령 — 앤드루 존슨 탄핵의 진짜 이유

1865년 4월 14일 밤, 포드 극장에서 링컨이 쓰러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부통령 앤드루 존슨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았습니다. 문제는 그가 링컨과 정치적으로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입니다.

존슨은 테네시 출신의 남부 민주당원이었습니다. 링컨이 전략적 균형을 위해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인물이었죠. 전쟁은 끝났지만, 이제 진짜 싸움이 시작됐습니다. '남부를 어떻게 재건할 것인가' — 이 질문이 워싱턴을 두 동강 냈습니다.

공화당 급진파는 남부 주들을 철저히 처벌하고, 해방된 흑인들에게 시민권과 참정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존슨은 정반대였습니다. 그는 남부 주들을 최대한 빨리, 최대한 관대하게 복귀시키려 했습니다. 흑인 권리 같은 건 주(州)가 알아서 하라고 했죠.

의회와 대통령의 충돌은 필연이었습니다.


법을 어긴 대통령, 아니면 법 자체가 위헌?

의회는 존슨을 옭아매기 위해 1867년 **'공직재임법(Tenure of Office Act)'**을 통과시켰습니다.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 없이 각료를 해임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이었죠. 존슨은 이 법이 위헌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전쟁장관 에드윈 스탠턴을 일방적으로 해임해버렸습니다.

의회는 바로 탄핵 카드를 꺼냈습니다. 하원은 11개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고, 역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시작됐습니다.


단 한 표가 역사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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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 5월 2일과 16일, 상원은 탄핵 심판 표결을 진행했습니다. 유죄 선고에는 3분의 2인 36표가 필요했습니다. 결과는 35 대 19, 단 한 표 부족으로 존슨은 살아남았습니다.

결정적인 한 표를 던진 인물은 캔자스 공화당 상원의원 에드먼드 로스였습니다. 그는 표결 직전까지 어느 쪽으로 투표할지 알리지 않았습니다. 동료 의원들의 협박, 지역구 유권자들의 압력, 심지어 매수 시도까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무죄'를 외쳤습니다.

로스의 정치 생명은 끝났습니다. 하지만 훗날 존 F. 케네디는 그를 《용기 있는 사람들(Profiles in Courage)》에서 양심을 지킨 정치인으로 기렸습니다.


🎬 영화·드라마 속 이 역사

Henry Louis Gates Jr.가 제작한 PBS 다큐멘터리 **《재건: 남북전쟁 이후의 미국(Reconstruction: America After the Civil War, 2019)》**은 존슨의 탄핵과 재건 시대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흑인 시민권이 어떻게 좌절됐는지, 존슨의 유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냉철하게 추적합니다. 실제 역사에 충실하면서도 현재적 시각을 잃지 않는 작품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링컨(Lincoln, 2012)》**은 존슨의 탄핵보다 약간 이전 시기를 다루지만, 의회와 대통령이 어떻게 충돌하는지의 정치 역학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영화 속 공화당 급진파 태디어스 스티븐스는 바로 존슨 탄핵을 주도한 실존 인물이기도 합니다.


한 표의 무게, 150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다

존슨은 살아남았지만, 재건은 실패했습니다. 남부는 흑인들의 권리를 짓밟는 짐 크로 법을 만들었고, 그 후유증은 100년 넘게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그 단 한 표는 존슨을 구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오랜 상처를 봉합하지 못하게 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언제나 이렇습니다 — 가장 작은 숫자가, 가장 큰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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