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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 엘리자베스 블랙웰이 거짓말로 입학해 미국을 바꾼 날
미국역사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 엘리자베스 블랙웰이 거짓말로 입학해 미국을 바꾼 날

1849년, 거절당하고 또 거절당한 끝에 미국 최초의 여성 의사가 된 엘리자베스 블랙웰. 그녀가 의대에 합격한 이유는 황당하게도 '학생들의 농담 투표' 때문이었다.

2026년 5월 11일2분 읽기

그녀에게 돌아온 건 29번의 거절이었다

의사가 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낼 때마다, 봉투는 '불가'라는 두 글자와 함께 돌아왔다. 1847년, 엘리자베스 블랙웰은 미국 동부의 의과대학 29곳에 입학 지원서를 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여자'라는 것. 그런데 서른 번째 편지를 받은 뉴욕 주 제네바 의과대학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농담이 역사를 만든 순간

여자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 엘리자베스 블랙웰이 거짓말로 입학해 미국을 바꾼 날

제네바 의과대학 교수들은 블랙웰의 지원서를 두고 회의를 열었다. 결론이 나지 않자 그들은 결정을 학생들에게 떠넘겼다. '남학생들이 찬성하면 받아들이자'는 황당한 제안이었다. 교수들의 속셈은 분명했다. 어차피 학생들이 반대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남학생들은 이걸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재미있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나왔다. 교수들은 당황했지만 약속을 뒤집을 수 없었다. 엘리자베스 블랙웰은 그렇게, 어이없는 실수 하나 덕분에 미국 역사에 발을 들여놓았다.

1849년 1월 23일, 그녀는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의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졸업 뒤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졸업장이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뉴욕의 병원들은 그녀를 받아주지 않았다. 환자들은 '여자 의사'를 불신했고, 하숙집 주인은 '그런 사람'에게 방을 빌려줄 수 없다며 쫓아냈다. 그녀는 파리와 런던으로 건너가 훈련을 이어갔고, 1857년 뉴욕으로 돌아와 여동생 에밀리, 동료 마리 자크르제우스카와 함께 뉴욕 여성 병원을 직접 세웠다.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이 병원은 훗날 미국 최초의 여성 의과대학으로 성장했다. 한 명의 고집이 제도 전체를 바꿔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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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긴 균열

블랙웰이 없었다면, 오늘날 미국 의사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들은 훨씬 더 긴 침묵을 견뎌야 했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최초'가 된 것이 아니라, '최초가 가능하다'는 것을 몸으로 증명했다. 가장 강한 벽은 종종 '원래 그런 것'이라는 믿음이니까.

🎬 영화·드라마 속 이 역사

**《더 크닉 (The Knick, 2014)》**은 1900년대 초 뉴욕 외과 병원을 배경으로, 여성 의사와 흑인 의사가 차별 속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린다. 블랙웰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다음 세대가 어떤 싸움을 이어갔는지를 느낄 수 있다.

**PBS 다큐멘터리 《American Experience: The First Woman Doctor (2022)》**는 블랙웰의 일기와 편지를 바탕으로 그녀의 실제 목소리를 재구성한다. 29번의 거절 편지를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은 이유가 담담하게 펼쳐진다.

농담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누군가의 실수가, 누군가의 농담이, 때로는 역사의 방향을 비튼다. 하지만 그 우연을 붙잡아 29번의 거절을 견딘 것은 결국 한 사람의 의지였다. 엘리자베스 블랙웰은 오늘, 5월 11일, 태어난 해로부터 201년이 지난 지금도 미국 의학의 가장 중요한 균열을 만든 이름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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