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건너간 전기차 '아필라'...소니·혼다, 프로젝트 사실상 백지화
CES를 뒤흔들었던 소니·혼다의 합작 전기차 '아필라(Afeela)'.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결국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며 프로젝트가 사실상 백지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화려한 등장, 그리고 조용한 퇴장
2023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는 한 전기차의 등장으로 술렁였습니다. 소니(Sony)와 혼다(Honda)가 합작 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Sony Honda Mobility)**가 선보인 전기차 '아필라(Afeela)' 였습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 소니의 소프트웨어·콘텐츠 역량과 자동차 명가 혼다의 제조·하드웨어 기술이 결합한다는 콘셉트는 충분히 파격적이었습니다. 전면부에 내장된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 플레이스테이션과의 연동,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 발표 당시 업계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만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됐습니다.
무엇이 문제였나
1. 출시 일정의 끝없는 연기
처음 소니혼다모빌리티는 2026년 북미 시장 출시를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배터리 공급망 문제,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 그리고 북미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일정은 계속 미뤄졌습니다.
결국 회사 측은 출시 일정을 '미정(TBD)' 으로 변경했고, 이는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의미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2. 전기차 시장의 냉각
아필라가 기획되던 2022~2023년은 전기차 붐의 절정기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은 빠르게 식었습니다.
- 미국 내 전기차 재고 증가 및 가격 인하 경쟁
- 테슬라(Tesla) 주가 급락 및 판매 부진
- GM, 포드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투자 축소
후발 주자인 아필라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점점 좁아졌습니다.
3. 소니와 혼다의 전략적 우선순위 충돌
두 회사의 비전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소니는 전기차를 '달리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정의하며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수익화에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반면 혼다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사답게 품질 안전성과 실용적 주행 성능을 우선시했습니다.
이 간극은 개발 과정 내내 협업의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혼다의 독자 행보
아필라 프로젝트가 흔들리는 사이, 혼다는 독자적인 전기차 전략을 가속화했습니다.
혼다는 2026~2030년 전기차 전환 로드맵을 발표하며, 자체 플랫폼 기반의 신형 전기차 라인업을 예고했습니다. 소니혼다모빌리티에 묶여 있는 자원을 본사 사업에 집중시키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소니는 어디로?
소니 입장에서는 아필라가 단순한 전기차 사업이 아니었습니다.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이었죠.
프로젝트가 사실상 중단되면서, 소니는 차량 내 엔터테인먼트 기술을 타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B2B 방향으로 선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연동 기술, 공간 오디오, 차량용 AR 인터페이스 등은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남은 교훈
아필라의 좌초는 단순히 한 전기차 모델의 실패가 아닙니다. 전혀 다른 두 산업의 거대 기업이 '융합'을 시도할 때 맞닥뜨리는 현실적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자동차는 소프트웨어와 달리 물리적 제약과 안전 규제가 촘촘합니다.
- '좋은 아이디어'와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 사이의 거리는 멀고 험합니다.
- 전기차 붐을 타고 쏟아진 수많은 스타트업과 합작 프로젝트 중 살아남은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테슬라가 홀로 버티고, 비야디(BYD)가 중국발 물량 공세로 치고 나오는 세계 전기차 시장. 아필라의 자리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소니는 게임을 잘 알고, 혼다는 차를 잘 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함께 '게임처럼 타는 차'를 만드는 건 —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참고: 아필라 프로젝트 관련 공식 발표는 소니혼다모빌리티(Sony Honda Mobility)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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