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재건의 역설: 아사드 이후 시리아는 정말 새로워질 수 있을까?
2024년 말 아사드 정권이 붕괴된 지 1년여가 지난 2026년, 시리아는 재건의 기로에 서 있다.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 속에서도 종파 갈등과 권력 공백이라는 오래된 그림자가 여전히 드리워져 있다.
폐허 위에서 피어나는 봄, 아직은 조심스럽다
2015년, 어린 소년 아일란 쿠르디의 사진 한 장이 전 세계를 울렸다. 터키 해변에 엎드린 그 작은 몸은 시리아 내전이 단순한 '중동의 분쟁'이 아님을 인류에게 각인시켰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흐른 2026년 3월, 시리아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는 없다. 하지만 시리아는 과연 새로워졌을까?
아사드 붕괴, 그 이후의 침묵

2024년 12월,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을 중심으로 한 반군 연합이 전격적으로 다마스쿠스를 장악하면서 54년에 걸친 아사드 왕조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아버지 하피즈 알아사드부터 아들 바샤르까지, 철권통치로 유지되던 시리아가 단 열흘 만에 무너진 것이다. 전 세계 언론은 이를 '아랍의 봄의 뒤늦은 완성'이라 불렀다.
그러나 2026년 현재, 시리아의 현실은 복잡하다. HTS의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구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온건한 이슬람 통치'를 표방하며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고 있지만, 서방과 아랍 국가들은 여전히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쿠르드족이 장악한 북동부 지역, 터키의 지원을 받는 세력이 점령한 북서부, 이스라엘이 공습을 지속하는 남부까지 — 시리아는 여전히 여러 개의 '나라'로 쪼개진 채다.
재건의 딜레마: 돈보다 신뢰가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시리아 재건 비용을 최소 4,000억 달러로 추산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투자 의향을 내비쳤고, EU는 제재 일부 완화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자금이 아니다.
첫째, 50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의 귀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레바논과 튀르키예에 머무는 시리아 난민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집은 파괴되었고 땅의 소유권은 불분명하다. 둘째, 알라위파·기독교도·쿠르드족 등 소수집단이 새 정권 하에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HTS의 과거 이력이 발목을 잡는다. 셋째, 러시아와 이란이라는 과거 후원국들은 영향력을 잃었지만, 그 빈자리를 누가 채울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정학의 체스판, 시리아는 여전히 말(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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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아사드 붕괴 직후 시리아 내 군사 시설 수백 곳을 공습하며 '전략적 자산 제거'를 단행했다. 터키는 쿠르드 세력 견제를 위해 북부에 대한 군사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ISIS 재건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동부 유전 지대 인근에 병력을 유지한다. 시리아인들의 나라가, 여전히 외세의 바둑판이다.
그럼에도 다마스쿠스 거리에는 조심스러운 활기가 돌아왔다. 10년 넘게 닫혔던 카페가 문을 열고, 알레포의 구시가지에서는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풍경이다.
🎬 영화·드라마 속 중동
와드 알카팁 감독의 다큐멘터리 **《나는 시리아인이다 (For Sama)》(2019)**는 알레포 포위전을 직접 겪은 한 여성의 시선으로 시리아 내전을 기록한 작품이다. 딸 사마에게 "왜 이 전쟁 속에서 너를 낳았는가"를 고백하는 장면은, 지금 시리아 재건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든다. 물론 이 다큐는 반군 점령 지역의 시각에서 촬영된 만큼, 다양한 내전의 층위를 모두 담지는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이집트 혁명을 다룬 **《더 스퀘어 (The Square)》(2013)**는 시리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독재 이후'의 혼란과 이상의 충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지금의 시리아를 이해하는 거울이 된다. 혁명은 독재자를 몰아내지만, 그다음이 더 어렵다는 교훈을.
이집트 영화 **《클래시 (Clash)》(2016)**는 정치적 혼란 속 경찰 호송차 안에 갇힌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로, 종파와 이념이 뒤엉킨 중동 사회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시리아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역사는 종종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독재의 끝이 곧 자유의 시작인가? 시리아는 지금 그 물음 앞에 서 있다. 아일란의 작은 신발이 해변에 닿은 지 10년, 시리아인들이 기다리는 봄은 아직 완전히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을 우리가 기억하는 것, 그것이 아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연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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