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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미국을 바꿨다 #1 — 멀버리 거리 골목, 188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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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이 미국을 바꿨다 #1 — 멀버리 거리 골목, 1888년

1888년 봄, 뉴욕 멀버리 거리의 어느 골목. 제이콥 리스가 찍은 〈Bandit's Roost〉. 이 한 장이 13년 뒤 미국 최초의 셋방법을 만들어냈다.

2026년 4월 29일3분 읽기

시리즈 소개 — 사진 한 장이 법을, 정책을, 미국의 양심을 직접 흔든 순간만 다룹니다. 10편 연재. 첫 번째 사진.

1888년 봄, 그 골목

뉴욕 맨해튼 멀버리 거리(Mulberry Street) 59½번지.

좁고 어두운 골목. 양쪽 벽에 기댄 남자 여섯 명. 손에는 막대기, 시선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

플래시가 터지는 순간 — 그들의 표정이 영원히 박제됐다.

사진의 이름: 〈Bandit's Roost〉(악당들의 둥지).

찍은 사람: 제이콥 리스(Jacob A. Riis), 38세, 〈뉴욕 트리뷴〉 경찰 출입 기자.


왜 이 한 장이었나

1888년의 뉴욕 빈민굴 사진은 그 한 장만 있었던 게 아니다. 리스는 수백 장을 찍었다. 셋방 내부, 노숙자 합숙소, 아편굴, 어린 노동자들.

그런데 〈Bandit's Roost〉는 달랐다.

  • 사람이 카메라를 노려본다. 다른 사진들은 대상이 잠들어 있거나 등을 돌렸다.
  • 골목의 좁기가 그대로 보인다. 너비 약 1.5m. 햇빛이 닿지 않는다.
  • 위협의 분위기. 관람자는 그 골목에 들어갈 수 없다. 못 들어가는 그 거리가 문제였다.

리스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우연히 잡힌 한 컷. 그러나 이 한 컷이 책의 표지가 됐다.


1890년 11월, 책

리스는 이 사진을 포함한 약 40장의 사진을 책으로 묶어 출간했다.

《How the Other Half Lives: Studies among the Tenements of New York》

부유한 뉴요커들이 처음으로 빈민굴의 내부를 "본" 책. 즉시 베스트셀러. 5번 인쇄.

당시 미국에서 사진 인쇄 기술(halftone)은 아직 신문에 안정적으로 적용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책은 사진 + 판화(line drawing) 형태로 발행됐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사진 쪽이었다.


한 사람이 그 책을 읽었다

뉴욕 경찰위원장 —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는 책을 읽고 리스의 사무실에 명함을 두고 갔다. 카드에 적힌 메모: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알려달라."

이후 두 사람은 한밤중에 함께 빈민굴을 걸었다. 리스가 권한 일이었다 — "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루스벨트는 충격받았다. 그는 평생 리스를 *"내가 아는 가장 쓸모 있는 시민"*이라 불렀다.

이 만남은 미국 진보 시대(Progressive Era)의 시작점 중 하나가 됐다.


의회를 움직인 사진

리스의 책 출간 이후 통과된 법:

  • 1895년: 뉴욕시, 모든 셋방 창문 의무화 (환기·채광)
  • 1901년: 뉴욕주 셋방법(Tenement House Act of 1901)
    • 모든 신축 셋방에 화장실 의무화
    • 화재 대피로 의무화
    • 위생 검사 강제
  • 1916년: 뉴욕시 조닝 법 — 미국 최초의 도시계획 규제

1901년 셋방법 통과 당시 뉴욕시 셋방 거주 인구: 약 230만 명.

그 한 장에서 시작된 변화가 200만 명의 삶을 바꿨다.


사진은 어디에 있는가

원판 유리 건판은 현재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뉴욕시박물관)에 보관 중이다.

리스의 사진들은 1947년 그의 아들이 박물관에 기증했다. 1980년대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 디지털 아카이브로 공개되고 있다.

리스 이전, 사진은 기록이었다. 리스 이후, 사진은 무기가 됐다.


다음 회 예고 (4/30) — #2 루이스 하인. 10살 소녀가 방직기 옆에 서 있었다. 그 한 장이 38년 뒤 미국에서 16세 미만 노동을 금지시켰다.

촬영: 1888년 봄 | 책 출간: 1890년 11월 | 뉴욕 셋방법 통과: 1901년 4월 | 영향받은 거주자: 약 230만 명 | 보관: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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