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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400미터 철골 위의 사람들 — 루이스 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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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400미터 철골 위의 사람들 — 루이스 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찍다

1930년, 루이스 하인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공사 현장에 올라갔다. 안전망도 없이 철골 위에 앉아 도시락을 먹던 노동자들. 그들의 이름은 잊혔지만, 하인의 카메라는 그들을 영원히 남겼다.

2026년 5월 9일5분 읽기

지상 400미터 철골 위의 사람들

루이스 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찍다

1930년 어느 아침, 뉴욕 맨해튼 34번가.

공사 현장에 카메라를 든 노인이 나타났다. 예순 살에 가까운 남자였다. 그는 헬멧도 없이, 안전대도 없이, 카메라 하나만 들고 공사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면, 그는 더 올라갔다. 철골 사다리를 타고. 손으로 쇠를 잡으며. 발아래로 맨해튼의 거리들이 점점 작아졌다.

**루이스 하인(Lewis Hine, 1874-1940)**이었다.


세계 최고 높이를 향한 경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공사가 시작된 것은 1930년 3월 17일이었다.

배경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1920년대 말, 뉴욕에서는 누가 가장 높은 건물을 짓느냐를 두고 두 억만장자가 싸우고 있었다. 크라이슬러 자동차 회장 월터 크라이슬러와 부동산 개발업자 존 제이콥 래스콥이었다.

래스콥은 묻혔다. "얼마나 높이 올라갈 겁니까?" 그는 연필을 세워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답했다. "이 정도요."

목표는 102층, 높이 443미터. 완공되면 크라이슬러 빌딩(77층)을 훌쩍 뛰어넘는다.

문제는 속도였다. 1929년 주식시장 대폭락으로 대공황이 시작됐다. 래스콥은 자금 조달에 쫓기고 있었다. 공사는 기록적인 속도로 진행돼야 했다.


하루 4.5층

공사 속도는 인류 건축 역사에서 전례가 없었다.

  • 매일 평균 4.5층 올라갔다
  • 최고 기록은 하루 14층 철골 작업
  • 동시 투입 인원 최대 3,400명
  • 사용된 강철 60,000톤
  • 사용된 석회석과 화강암 200,000입방피트
  • 사용된 벽돌 1,000만 장

철골 구조물만 보면 더 놀랍다. 하루에 필요한 철골 부재는 수백 개. 이것들은 공장에서 가공돼 트럭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즉시 크레인으로 올려지고, 그 자리에서 볼트로 조이고 리벳으로 박았다.

자재가 현장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80분이었다. 80분 안에 내려서, 올리고, 설치했다. 맨해튼 거리에 창고를 둘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철골 위의 사람들 — 모호크 족 노동자들

루이스 하인이 찍은 사진 속 인물들 대부분은 모호크 족(Mohawk) 원주민이었다.

이들은 캐나다 퀘벡 주 카나와케(Kahnawake) 출신이었다. 19세기 말, 모호크 족 남성들은 세인트로렌스 강 위의 철교 건설에 처음 참여했다. 그 이후 그들은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뛰어난 철골 노동자로 이름을 날렸다.

이유가 있었다. 모호크 족 남성들은 고소공포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유전적인 이유인지, 어릴 때부터 높은 곳에 익숙해진 문화적 이유인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그들은 안전장치 없이 수백 미터 철골 위를 걸어다녔다.

뉴욕의 고층 건물들 대부분, 그리고 금문교·조지 워싱턴 브릿지 같은 주요 다리들이 모호크 족 손을 거쳤다.


리벳 박기 — 네 사람의 협주

당시 철골 접합은 리벳(rivet)으로 했다.

한 팀은 네 명이었다.

  1. 히터(Heater): 용광로에서 리벳을 900도까지 달군다
  2. 쓰로어(Thrower): 집게로 집어 동료에게 던진다. 10~15미터까지 던지기도 했다
  3. 캐처(Catcher): 깡통 같은 것으로 날아오는 리벳을 잡는다
  4. 버커와 리베터(Bucker & Riveter): 구멍에 넣고 망치로 박는다

이 네 명이 하루에 박는 리벳은 수백 개. 속도가 느리면 팀 전체가 뒤처졌다. 불덩어리 같은 금속 조각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쇠 두드리는 소리가 맨해튼 하늘을 가득 채웠다.

하인은 이 과정을 「볼팅 업(Bolting Up)」이라는 사진에 담았다. 땀과 불티, 그리고 인간의 집중력.


루이스 하인의 카메라 — 무게와 높이

문제가 있었다.

1930년대 카메라는 무거웠다. 하인이 사용한 대형 포맷 카메라는 삼각대까지 포함하면 10킬로그램이 넘었다. 이것을 들고 철골 사다리를 올라가야 했다.

하인은 해결책을 찾았다. 크레인 훅에 매달리는 방법이었다. 카메라와 함께 크레인 훅에 올라타 공중으로 올려져, 건물 외벽 너머에서 철골 위 노동자들을 찍었다.

그 자신도 철골 위를 걸었다. 예순에 가까운 나이로.

그가 찍은 앵글들은 아래에서 올려다보거나, 옆에서 바라보거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들이 뒤섞여 있다. 모두 노동자와 같은 높이, 같은 위치에서 찍은 것들이다.


가장 유명한 사진들

「점심(Lunch atop a Skyscraper)」 가장 널리 알려진 사진. 69층 높이 철골 빔 위에 11명의 노동자들이 걸터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 발 아래로 맨해튼의 빌딩들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이 사진은 루이스 하인이 찍은 것인지, 찰스 클라이드 에벳츠가 찍은 것인지 지금도 논란이 있다.

「이카로스(Icarus)」 한 노동자가 철골 빔 위에 혼자 앉아 있다. 뒤로는 뉴욕의 하늘.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처럼 인간이 하늘 가까이 올라간 장면. 하인이 직접 붙인 제목이다.

「올드 타이머(Old Timer)」 나이 든 숙련 철골공의 초상. 수십 년을 이 일을 해온 얼굴. 하인은 이 사람의 이름을 기록하지 못했다. 사진만 남았다.


마지막 대작

루이스 하인에게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프로젝트는 마지막 대작이었다.

그는 평생 카메라로 세상을 바꾸려 했다. 1908년, 방적공장 아동 노동을 찍어 연방 아동노동법을 이끌어냈다. 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유럽 전쟁 피해자들을 기록했다. 이민자, 노동자, 빈민들을 30년 넘게 찍었다.

그러나 이 작업은 달랐다.

"나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이 빌딩을 세운 사람들을. 그들의 기술과 힘과 용기를."

그는 약 1,000장을 찍었다. 1932년, 그 중 엄선한 사진들이 『맨 앳 워크(Men at Work)』라는 사진집으로 출간됐다. 서문에 하인은 이렇게 썼다.

"이 책은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찬사다."


대공황과 텅 빈 건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완공된 것은 1931년 5월 1일.

허버트 후버 대통령이 워싱턴 D.C.에서 버튼을 눌러 꼭대기 조명을 켰다. 뉴욕 전역에서 환호가 터졌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완공 당시 미국은 대공황의 한복판이었다. 임차인을 구할 수 없었다. 전체 임대 면적의 80%가 비어 있었다. 뉴욕 시민들은 이 건물을 「엠프티 스테이트 빌딩(Empty State Building)」이라고 비꼬았다.

꼭대기의 무어링 마스트는 더 황당했다. 이 철탑은 원래 비행선(zeppelin)을 정박시키기 위해 설계됐다. 승객들이 비행선에서 직접 102층으로 내려오는 구상이었다. 실제로 비행선이 묶인 것은 단 두 번. 강풍과 기류 때문에 실용성이 없었다. 탑은 장식이 됐다.

수익이 나기 시작한 것은 완공 후 20년이 지나서였다.


루이스 하인의 마지막

아이러니하게도, 루이스 하인은 그가 기록한 빌딩보다 먼저 잊혔다.

대공황으로 사진 의뢰가 끊겼다. 저축이 없었다. 집도 잃었다. 1939년, 그는 뉴욕 공공사업국(WPA)에 취직 신청서를 냈다. 거절당했다.

그는 1940년 11월, 가난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망 당시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사진들은 살아남았다.

「점심」과 「이카로스」는 20세기 사진 역사에서 가장 많이 재생산된 이미지 중 하나가 됐다. 하인의 이름은 수십 년간 빠진 채였다. 사진의 크레딧에는 종종 「작자 미상」이라고 적혔다.

그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복원된 것은 1970년대 이후, 미술사가들이 그의 아카이브를 재발견하면서였다.


그들이 세운 것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공사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공식 기록으로 5명이다.

그 5명의 이름조차 완전히 기록되지 않았다. 하물며 3,400명 전체의 이름은.

루이스 하인의 사진은 그 사람들을 기록했다. 이름 없이, 숫자 없이. 그냥 사람으로.

하늘과 철골 사이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리벳을 박으며, 바람을 맞으며 일한 사람들.

그들이 세운 건물은 지금도 맨해튼 하늘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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